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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 정신건강]힘든시기 이겨낼 힘 ‘사회적 신뢰·연대감’
언론사 경상일보 작성일 2021-10-29 조회 48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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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시대 정신건강]힘든시기 이겨낼 힘 ‘사회적 신뢰·연대감’

▲ 탁희종 동강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정신적 불안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조금씩 줄어들기는 했지만 ‘안전안내문자’ ‘긴급재난문자’ 알람이 울리면 ‘내가 다녀왔던 곳이 아닐지’ ‘근처에 확진자가 있는 건 아닐까’하는 불안에 시달리기도 한다. 주변에서 2주 자가격리를 하느라 직장에 나가지 못하거나 생업을 중단한 사람을 보면 내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경우도 있다. 이제 11월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방역 단계가 변화되지만, 여전히 정신적 불안감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탁희종 동강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마스크를 완전히 벗는 그 날까지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우리 삶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통제 못 하는 상황 받아들여야

  우리는 종종 코로나 이후 인간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한다. 이런 고민이 늘어나며 마음속에 쌓여가는 내면의 반응은 불안, 공포, 짜증, 혐오 등 부정적인 감정들이 심리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반응은 당연하다.

  특히 이제까지 방역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외출·모임 자제, 마스크 착용으로 이뤄져 왔다. 억압은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조성할 수밖에 없다. 이제 곧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방역체계가 전환되지만, 일시적으로 확진자가 늘어날 수 있다. 이 과정에서는 확진자가 늘어나며 공포감이 생길 수 있다. 감염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느끼는 당연한 이런 현상을 심리적으로 잘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신종 감염병이라는 불확실함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실제 코로나, 메르스, 신종플루 등 신종 감염병에 대한 축적된 자료는 없다. 이 때문에 국가적인 위기 상황으로 이어가는 사례가 많다.

  탁희종 동강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불확실함을 그저 정상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통제 가능한 활동으로 생각을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가족, 친구 등과 소통을 계속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만약 격리 등으로 외부활동이 통제된 상황이라면 화상 전화나 이메일, 온라인 등으로 진심으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과 연락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안감은 정상적 감정

  불안감은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이다. 불안으로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자주 씻는 것은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다만 과도한 불안은 우리를 지나치게 예민하게 만들 수 있다. 이 경우 몸과 마음을 소진해 오히려 면역력을 떨어트리고 부정적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코로나 시대엔 몸의 건강과 함께 마음의 건강이 중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만 챙겨야 한다. 불확실한 정보는 몸 건강을 해칠 뿐더러 불안과 스트레스를 가중해 이성적인 판단을 어렵게 한다. SNS와 뉴스는 시간을 정해놓고 보면서 반복적으로 확인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위기상황에선 개인과 집단의 책임 있는 행동과 방역에 대한 협조가 중요하다. 혐오를 조장하는 분위기는 감염병 상황에선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감염 위험이 있는 사람을 숨게 만들어 방역에 차질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 몸과 정신 건강에 활력을 찾을 수 있다. 산책을 비롯해 야외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과한 운동이 필요한 건 아니다. 무기력, 피로 등을 이유로 집 안에만 머무른다면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 햇볕을 쬐는 건 불면증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우리에게는 멜라토닌이라는 수면 호르몬이 있는데, 이는 낮에 햇빛을 볼 때 더욱 활성화된다. 여기에 나와 남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을 늘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편지를 쓰거나 일기·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주변에도 관심 기울여야

  자신의 감정과 몸의 반응을 확인할 필요성도 있다. 물론 약간의 걱정, 불안, 우울, 외로움, 무료함이나 수면의 어려움, 신체적인 긴장은 정상적인 스트레스 반응이다. 하지만 과도한 두려움이나 공포감에 압도되고 있다면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다.

  이는 자신만의 문제도 아니다. 주변에 아프고 취약한 사람이 있다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스트레스가 많고 병원에 가기 힘든 시기에 만성질환이나 정신질환, 장애가 있는 사람이 치료가 중단된다면 재발 위험성이 있다. 반드시 주변에서 관심을 기울여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탁 전문의는 “모두가 힘든 시기를 이길 힘은 사회적 신뢰와 연대감이다. 서로서로 지키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원래 건강했던 이들도 코로나로 인해 정신 건강에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망설이지 말고 치료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탁 전문의는 “곧 단계적 일상회복이 되면서 긴 시간 이어지던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의 생활리듬이 깨질 수도 있어 무리한 활동 자제를 강조하고 싶다”며 “최근 SNS 등에 정신 건강에 도움 되는 영양제나 음식을 추천하는데 의학적인 근거는 없다. 일반적으로 신체 건강에 좋은 식습관이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2021년 10월 29일 금요일 경상일보 건강과의료면 전상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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