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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건강관리 - 박성하 동강한방병원장
언론사 울산종합신문 작성일 2006-09-21 조회 67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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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몰아내려다 몸의 원기 손상
따뜻한 음식·규칙적인 생활이 도움



유난히 덥고 지겹게 느껴지던 여름도, 벌써 환절기로 인한 감기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오는 것을 보니 가을의 기세에는 못 이기는 것 같다.

그러나 그냥 쉽게 물러가면 될 것을 사람들에게 감기, 무기력, 소화 장애, 불면 등의 병을 남기고 떠나는 것은 마치 자연의 인간에 대한 엄숙한 경고로 들린다면 너무 과장된 말일까? 마땅히 더워야 할 여름이고 매년 겪는 여름인데 갈수록 견디기 어려워하고 후유증이 심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문명의 발달이 인간의 삶의 질을 높여 준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더욱 더 편안해지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가 오히려 인간의 저항력을 떨어뜨리고 인내를 무디게 하는 결과를 가지고 왔다고 단언할 수 있다.

하루를 주기로 인체에서 생리적인 대사가 일어나듯이 일년을 주기로 일어나는 우리 인체의 생리적인 변화는 사계절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예전에 우리 조상들은 여름이라는 계절의 특성에 잘 순응해 통풍이 잘 되는 삼베나 모시옷을 입고 싱싱한 과일로 속에 들어오는 열을 물리치거나 이뇨를 원활하게 해 순환이 잘 되도록 했다. 또 한더위에는 선선한 곳에서 부채를 부치고, 정 더울 때에는 우물가에서 등물을 치며 음식은 이열치열로 열을 몰아냄으로써 극한적으로 대립하지 않고 살아 왔다.

이러한 우리 조상의 지혜가 요즈음 사람들에게 웃음거리이고 미련스럽게 보이는지 모르지만 냉방병으로 기력을 차리지 못하면서 에어컨을 켜, 냉장고에 든 찬 음식과 음료를 계속 먹어 열이 발산되지 못하고 안으로 잠복하는 악순환으로 결과적으로 장을 약하게 해 몸의 원기마저 손상시켜 환절기에 마치 큰 병이나 든 사람처럼 기력을 차리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특히 우리 어머니들은 항상 여자는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며 아무리 더워도 아랫배는 따뜻하게 했으나 요즘은 오히려 옷은 얇아지고 노출은 심하며 직장에 다니는 여성의 경우 찬 에어컨 밑에 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손발이 시리고 저리며 대하가 많고 월경이 불순해지며 심지어 불임까지 유발하게 되는 등 저항력이 약화돼 감기 같은 병도 쉽게 오거나 잘 낫지 않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렇게 고달프고 약해진 몸이 갑자기 바뀌는 계절과 심한 기온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며 요즘같이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감기가 유행해도 아예 걸리지 않는 사람, 걸렸다가 가볍게 낫는 사람, 1~2개월을 모진 고생을 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 바로 이상의 이유 때문이다. 이에 한의학에서는 감기를 다스리는데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쓴다.

첫째, 주인 즉 인체의 저항력을 도우는 방법이다. 실제로 저항력이 왕성한 사람은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돼도 감기에 잘 걸리지 않고 혹 걸렸다 해도 가볍게 치료해도 단시간에 낫고 마는 것은 강한 체력이 바이러스의 활동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약하거나 피로한 사람들은 가벼운 감기에도 매우 애를 먹는다. 이때는 발산하기 보다는 저항력을 도와주는 약을 주로 해 주인이 도둑을 물리치는 것을 조력하는 방법을 쓴다.

둘째, 도둑을 쫓아내는 방법이다. 더위에 길들여져 있다가 갑자기 기온이 떨어져 따뜻한 체온이 식는 일이 있게 되면 우리 몸은 체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열을 내게 되고 바깥의 찬 것과 몸이 내는 열로 인해 몸에 습기가 차게 된다. 그런데 미생물은 습기에 잘 살므로 감기에 쉽게 걸리는 것이다. 그래서 예부터 우리는 따뜻한 방에서 이불을 덮고 땀을 내어 발산해온 것처럼 나쁜 사기(邪氣 외부로부터 침입한 나쁜 기운)를 몰아내는 치료를 한다.

이외에도 그때그때 유행 공기에 따라 균도 다르고 증상도 다르고 쓰는 약도 다르며 사람 체질에 따라서도 약의 선택이 달라지므로 이런 걸 감안해서 치료하면 무난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면, 더위로 찌들고 약해진 몸을 어떻게 하면 추스릴 수 있을까?

먼저,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 서늘하고 바람이 불고 몸을 짓누르던 습기도 적어지므로 몸이 가벼워져야 할 텐데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의 더위와 휴가로 인해 몸과 마음이 다 흐트러져 있고 체력이 떨어져 있어 오히려 게을러진다. 특히 땀을 흘리지 않고 에어컨 밑에서 생활한 사람의 경우 몸이 더욱 가라앉고 속은 계속 답답하며 팔다리는 저리고 나른하며 오히려 가을바람이 춥고 싫게 느껴질 것이다. 이런 경우 보다 조금 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해 기분 좋을 정도의 땀을 흘려야 하고 그런 후에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는 것이 좋다.

둘째, 따뜻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몸은 추위를 느끼는데 속은 더위로 인한 열로 답답하므로 가볍게 땀을 훔칠 정도의 따뜻한 음식을 먹음으로서 속열을 발산시킬 수 있다. 특히 더위와 찬 음식으로 위장이 지쳐 있으므로 영양은 있되 양은 줄여서 자주 먹어 위장의 피로를 풀어 주어야 한다. 술은 열을 더욱 부채질하므로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

이상의 노력을 했음에도 회복이 느리다면 평소 가지고 있는 지병이외에는 거의가 원기가 많이 소진된 상태이므로 더위를 몰아내고 원기를 북 돋아 주는 약을 복용해 쇠퇴한 원기를 빨리 회복시켜 주는 것이 좋다.

특히 여름에 생긴 병을 다가 온 가을에 고치지 못하면 상당히 어려운 병이 되므로 여름철에 무리를 많이 한 사람은 반드시 건강을 체크해 생활리듬을 바로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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