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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불청객' 공기로 감염되는 호흡기질환
언론사 울산신문 작성일 2024-04-19 조회 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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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철 불청객' 공기로 감염되는 호흡기질환
[주말ON-건강] 결핵
오동규 동강병원 호흡기내과 전문의가 진료를 보고있다.


|2022년 환자 1만6264명 전년비 11.3%↓
|OECD 38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발생률
|1명 증상 발생후 200명 접촉 30~50% 감염
|2주 이상 기침·발열·피로감 등 의심 증상
|대부분 약물치료·심각한 경우 수술 필요
|마스크 착용해 결핵균 전파 사전 방지


  봄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단체에서 행사 및 시민들을 위한 문화활동이 많아지는 시기이다. 가족단위, 연인 등 꽃구경을 비롯하여 나들이 인파가 증가하고 있다. 봄철 불청객은 대표적인 호흡기질환을 주의해야 한다. 꽃가루 알레르기와 천식 등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결핵도 주의해야 할 질환으로 손 꼽인다. 결핵균은 주로 사람에서 사람으로, 공기를 통하여 전파된다. 즉 전염성이 있는 결핵환자가 말하거나 기침 또는 재채기를 하면, 결핵균이 포함된 미세한 분비물 방울이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숨을 들이쉴 때 공기와 함께 폐 속으로 들어가 증식하여 감염이 진행되고 환경요인, 개인건강상태 및 면역력은 결핵 전염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 이처럼 봄철에 주의해야 할 호흡기질환 가운데 결핵에 대해 동강병원 호흡기내과 오동규 전문의로부터 자세히 알아본다.


  1882년 3월 24일 독일의 세균학자 로베르트 코흐(Robert Koch) 박사는 베를린에서 열린 학회에서 처음으로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의 발견을 발표했다. 이는 이전까지 유전이나 영양실조로 여겨졌던 결핵의 원인이 미생물임을 밝혀낸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이 발견은 결핵의 예방과 치료에 큰 진전을 가져왔고, 항결핵제의 개발을 통해 결핵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이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100년이 지난 1982 년 3월 24일 국제 항결핵 및 폐질환 연맹(International Union Against Tuberculosis and Lung Disease, IUATLD)에서는 매년 3월 24일을 세계 결핵의 날로 제정하였으며,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부터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주관으로 매년 3월 24일을 결핵 예방의 날로 제정하고 대국민 캠페인 및 검진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결핵 후진국의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국내 결핵 환자 신고 현황'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의 신규 결핵 환자 수는 1만 6,264명으로 전년 대비 11.3% 감소했지만, 여러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 38 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결핵 발생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한 사회에서 결핵을 완전히 뿌리뽑기 어려운 이유는 결핵균의 높은 감염력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감염력이 있는 활동성 결핵 환자 1명이 증상 발생 후 진단까지 약 200명의 사람을 접촉하는데, 이 중 30~50% 정도가 결핵균에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결핵균에 감염이 되었다고 해서 모두 결핵이라는 병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몸에는 결핵균이 들어왔을 때 결핵균과 싸워서 이겨낼 수 있는 면역체계가 있기 때문에 일부에서만 결핵이라는 병이 발생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핵균이 몸 안에서 병을 일으키지는 않고 숨어만 있는 잠복결핵감염 상태로 지내게 된다. 

  이 잠복결핵감염 상태에서는 실제 결핵이라는 병이 발생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무런 증상도 없고 감염력도 없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나이가 많아지거나 특정 질병으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지면 결핵균이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뚫고 결핵이라는 병을 일으킬 수 있다. 이때 미리 잠복결핵감염에 대해 항결핵제 치료를 받은 경우에는 잠복결핵감염이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하는 것을 70~80% 정도 예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의료기관, 산후조리원,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 집단시설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의무적으로 결핵 감염에 대한 검진을 시행하도록 하고 있으며, 잠복결핵감염으로 진단된 경우에는 이에 대한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2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 객담, 발열, 식은땀, 피로감, 체중감소 등의 증상은 결핵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들이다. 이러한 증상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하게 되면 우선 결핵 환자와의 접촉 여부를 확인하고, 흉부 X선 검사와 CT 검사 등의 영상 검사를 시행한다. 영상 검사에서 결핵이 의심되는 소견이 관찰되면 결핵균에 의한 감염병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객담 검사를 시행한다. 전통적으로는 현미경으로 객담에서 결핵균이 보이는지 확인하는 도말검사법과 실험실에서 결핵균을 직접 키워보는 배양검사법을 많이 이용했지만, 최근에는 결핵균 유전자를 확인하는 결핵균 PCR 검사법을 함께 활용하여 더 빠르고 정확하게 결핵을 진단하고 있다. 

  결핵은 대부분 약물로 치료하지만, 아주 심각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내성이 없는 결핵균에 의한 감염 시에는 3~4가지 항결핵제를 6~9개월가량 규칙적으로 복용하면 대부분 결핵이 완치된다. 하지만, 항결핵제를 정해진 용법대로 복용하지 않으면 결핵균이 항결핵제에 대해 내성을 획득하게 되고, 다제내성균에 의한 감염으로 진행하는 경우에는 여러가지 항결핵제를 1~2년가량 복용하더라도 치료 성공률이 50~60%로 감소하고 결핵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결핵 치료 시에는 처방된 항결핵제를 정해진 기간 동안 규칙적으로 꾸준히 잘 복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결핵은 공기를 매개로 감염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기침, 객담 등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진단 전까지 마스크를 착용해서 결핵균이 공기 중으로 퍼져 나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다행인 점은 항결핵제를 2주 이상 복용하면 결핵균이 1/100 정도로 감소하면서 감염력이 대부분 소실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결핵 환자와 접촉한 환자의 가족이나 주변인은 결핵균에 감염될 위험이 매우 높다. 따라서 감염력이 있는 결핵 환자와 지속적인 교류가 있었던 밀접 접촉자는 증상이 없더라도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결핵에 대한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2024년 4월 19일 금요일 울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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